3 /11 (금) 흔들린다
저녁스케치
20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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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 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밸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린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 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함민복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흔들린다>



나무가 끊임없이 흔들리듯,
끊임없이 흔들리는 게 우리의 삶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흔들려 보면 합니다.
나를 지탱하고, 내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그래요. 흔들려 봐야 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