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오늘 저녁에 뭐 해 먹지?
저녁스케치
2016.03.21
조회 662
우리 흔히 “살림의 지혜”라는 말을 합니다.
살림꾼, 살림의 지혜 -
이런 말에선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가구들,
정갈한 아이들의 옷차림
행주 삶는 냄새가 풍기는 깔끔한 부엌,
채송화며 봉숭아 핀 장독대,
제철 음식들로 차려낸 솜씨 좋은 저녁상..
같은 것들이 떠오르지요.
이렇듯 살림..이란 말에는
한 나절을 수고하는 아내의 종종걸음,
물마를 날 없는
어머니의 손 같은 수고로움이 묻어납니다.
아니 때론, 수고 그 이상의, 숭고함이 느껴지기도 하죠.
그러고 보면
살림을 꾸려가는 살림이랑,
무언가를 살리다, 할 때의 “살림”은
참 닮은, 똑같은 말이구나.. 싶어요.
하지만 일상에서 살림은..
종종 쉽게 무시되고, 하찮은 무엇이 되곤 합니다.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게 뭐가 어려워?”
혹은
종종 “집에서 하루 종일 노는 사람”
취급을 받을 땐 참 속상하지요.
가뜩이나 티도 잘 안 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살림인데.. 말예요.
하지만..
무언가를 살리는, 살려가는 일이라는 게,
아니, 우리 삶 자체가.. 그런 거 아닐까요.
수고롭되
티는 잘 안 다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살려가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살림이고, 우리 삶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오늘 저녁엔 뭐 해 먹지?”
이만큼 오래 되고,
다양하고,
사람을 살리는 -
진중한 질문도 없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