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5 (금) 사람의 사랑도 꽃이 될 수 있으니
저녁스케치
201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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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 절 마당에 매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우수도 경칩도 아직 먼 이월 중순 찬바람 속에 피는 매화는
몸이 아주 뜨거운 꽃인가 봅니다
제 몸 속에 쇠를 녹이는 용광로를 가지고 있기에
北風寒雪 모두 녹이고 저리도 눈부신 꽃을 피우나 봅니다
저는 이 겨울 내내 매화를 기다려왔습니다
이 겨울 유난히 추웠기에
그대와 나란히 서서 꽃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얼어서 터진 남루의 손등 감추지 않고
그대의 손을 잡고 꽃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
지아비 지어미가 손잡고 사랑하는 것도
봐라, 우리도 꽃이 될 수 있다
봐라, 사람의 사랑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며
찬바람 속에서 아름답고 그윽해지고 싶었습니다
오늘 매화꽃그늘 속에서 그대는 나의 꽃이었습니다
우리는 억겁 인연의 가지에서 만난
따뜻한 햇살과 꽃이었습니다
나는 그대에게로 무너지는 햇살이고
그대는 나에게로만 피는 꽃이었습니다
정일근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사람의 사랑도 꽃이 될 수 있으니>
꽃그늘 아래서
남루한 손등 감추지 않아도 좋을,
다른 거 없이
그저 맞잡은 손의 온기만으로 좋은,
그래요.
서로 사랑할 때...
사람도 꽃으로 피어납니다.
사랑하는 모든 날들이 꽃피는 봄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