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6 (금) 햇살 한 줌 시키신 분
저녁스케치
2016.02.29
조회 547



이것은 하늘의 인증을 받아 금방 출하된 것
하늘 아래 모두 밥 주라는 지엄한 분부
혹시 게을러빠진 녀석들 있을지 모르니
골고루 찾아 먹이라는 살가운 당부
제 심은 것에만 눈길 주는 옹졸한 널 나무라는
하늘 높으신 분의 뜨거운 질타
어둠이 가고 또 하루가 시작되었으니
누구나 속속들이 사랑하라는 지엄한 말씀
바로 서서 내리는 것만으로 안심이 안 돼
몸 기울여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모두가 나눠 먹게 바람에 버무리기까지
하늘 주방장 막 뽑아낸 햇살 몇 올
후려치고 떠밀고 항로를 바꿔가며
특급으로 막 배달된 푸짐한 코스요리
구운 햇살 간질간질 볶은 햇살 잘 말린 쫄깃한 햇살
잠자코 기다린 응달 구석 풀 한 포기
옳지 여깄구나 정확히 찾아 문 두드리는 중
거기 딸려 온 꽃가루 한 접시
특별관리 고객에게만 내는 모처럼의 후식
얼굴 내밀 틈 없이 바쁜 하늘 주방장 서비스
아하, 모두 나눠주고도 여전히 쨍쨍한 대지의 젖꼭지



최영철님의 재밌는 시였습니다,
<햇살 한 줌 시키신 분>




내가 먼저 찾지 않아도
혹여 빼먹을까,
창문 깊숙이 찾아와 뽀얀 손길로 어루만지는 햇살.
요즘 정말.. 해도 길어지고,
햇살의 손길도 더 다정해졌지요?
무럭무럭 봄을,
만물을 키워갈 햇살 받으며 -
우리도 조금 더 넉넉한 사람이 됐으면...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