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7 (토) 멸치 쌈밥
저녁스케치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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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이 깔깔하거나
속이 텁텁한 술 마신 다음날이면
중앙동 2가와 인접한 백산기념관 뒤에 있는
중앙대구탕 집으로 간다
이 집의 별미 멸치쌈밥을 먹으러 간다.
몸집이 퉁퉁하고 후덕하게 생긴 아줌마가
솜씨 있게 끓여내는 멸치된장찌개와 쌈
그것이 단연 으뜸가는 처방이라고
때로는 외지 친구들에게 자랑스레 소개도 하지만,
입맛을 돋우며 보글보글 끓을 때
된장냄새 풍기며 우리들의 인정도 함께 끓나니.
보라, 뜨거운 뚝배기 속에 와글거리며
죽은 멸치가 다시 살아나 펄떡거리는
저 싱싱한 멸치 떼를. 멸치 떼의 환호를.
푸른 상추나 다시마로 싸서 먹을 때마다
푸들거리는 심해의 맥박은 출렁거리며
몸 구석구석 쌓인 피로를 깨끗이 지워버린다.
게걸스럽게 멸치쌈밥을 먹으면서
몸짓이 크고 입이 큰 대구보다는, 새삼스럽게
작은 멸치 떼가 풍기는 힘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상개님의 <멸치쌈밥>이란 글이었습니다.
말리지 않은 생멸치를
된장에 자글자글 끓여내는 멸치쌈밥.
남도의 별미로 손꼽히는데요
누구에게나 이렇게 - 힘들 때 생각나고,
먹으면 힘이 나는 음식이 있지요.
와글와글.. 출렁이는 멸치떼의 환호처럼,
한 끼의 정성이, 그 작은 위안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