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이 딸 앞엔 바보같이 지신다
저녁스케치
2016.02.29
조회 542


아버지와 딸은 조금 더 각별한 거 같지요.
오죽하면 “딸바보”..란 말이 있을 만큼
딸 사랑이 유난한 아버지들이 많은데요
이동주 시인의 ‘소녀’라는 시는,
그런 아버지들의 마음을 잘 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눈총이
하나도 아프지 않다.
물에 젖은 포도알로
서글서글 덤빈다.
검은 수염의 아버지도
이 딸 앞엔 바보같이 지신다.“


투병 중에서도 <나의 딸의 딸>이란 제목의 책을 낸
소설가 최인호 선생,
또 아끼던 딸을 유학 보내고는
인형에 난영이란 이름을 짓고
평생 애지중지 돌보셨던 수필가 피천득 선생.
문인들 중에도 딸 사랑이 각별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알아주는 딸바보는, 피천득 선생이셨죠.
"내 일생에는 두 여성이 있다.
하나는 나의 엄마고 하나는 서영이다.
서영이는 나의 딸이요, 나와 뜻이 맞는 친구다.
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여성이다.“
피천득 선생은 수필집 곳곳에서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는데요
그의 딸 사랑은
<기다림>이란 시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빠는 유리창으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뒷머리 모습을 더듬어
아빠는 너를 금방 찾아냈다
너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아빠는 운동장에서
종 칠 때를 기다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비슷한 뒷모습들 속에서도
금세 그를 찾아내고
그 예쁜 모습, 좋은 순간을 지켜주고 싶어
종이 칠 때까지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미소 띤 얼굴로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


누군가를, 특히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의 뜰을 지켜주세요.
그저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주길...
그렇게 오래 바라보다보면
그의 마음에 더 깊이 가닿는 법도..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