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 (수) 주름
저녁스케치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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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강을 건너고 많은 산을 건너보면 알지요
이유 없는 산등성이 하나 연유 없는 골짜기 하나
없지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은 없고 그냥 불어가는
바람은 없지요
얼굴은 얼의 골, 내가 살아온 사연의 행로는
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졌으니

주름 편다고 지워지지 않지요
주름진다고 낡아지지 않지요
피할 수 없는 시간의 발자국에 부디 짓눌려
구겨지지 말기를
얼의 골짜기로 무늬지어가기를

골짜기 물 맑고 깊으니 산 또한 푸르고 힘차니
주름 펴지 말고 아름답게 새겨가기를




박노해 시인의 <주름>이란 글이었습니다.




그래요.
세월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세월과 함께 잘 익어가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분노와 교만으로 주름 패인 삶이 아닌
겸손과 감사로 주름을 새겨가는, 그런 삶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