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처음은 늘 서툴다
저녁스케치
2016.03.06
조회 873


어느 때보다 새로운 출발이 많은 3월.
그래서일까요.
3월은
새 것이 주는 풋풋함과 동시에
어디서든 서툰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제 막 스무 살 청춘에 입문한 대학 새내기들,
목까지 셔츠를 잠근 채 잔뜩 긴장한 신입사원들,
새 교실, 새 친구들이 영 어색한 학생들,
뭐, 선생님이라고 익숙하겠어요,
새 아이들 얼굴 익히랴, 이름 익히랴, 서툴기는 마찬가지지요.
때론 ‘실습생’이란 이름표를 붙인 앳된 얼굴들을 마주하며
서툰 손길에 차마 말은 못하고
속만 끓이는 때도.. 바로 이 3월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서툰 손길들이 잘 여물어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작은,
“처음은 누구나 다 서툴다” -
서툶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스무살, 젊은 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따지고 보면 우린 다, 처음 맞는 인생에 서툰 사람들인 걸요.
한동안 인기 있던 드라마에서
둘째의 서러움이 폭발한 어린 딸에게 아빠는 말합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렇다고...
그러면서 사과의 말을 이렇게 대신하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까, 우리 딸이 조금 봐 줘”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모든 게 익숙한 건 아닙니다.
아빠가 되는 것도,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가 되는 것도,
며느리가 되고,
노모를 모신 머리 희끗한 중년의 딸이 되는 것도
우린 다 처음이라 서툰 겁니다.


봄마저 주춤주춤 서툰 발걸음으로 오는 3월.
봄도, 아이도, 아니 우리 모두
여물어지기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 보세요.
“누구나 처음은 늘 서툴다”
아마, 나를, 너를,
세상을 보는 눈이 - 훨씬 따뜻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