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5 (금)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저녁스케치
201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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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날 세탁소에서 양복을 들고 왔다
양복을 들고 온 아낙의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내 양복 주름이 모두
아낙에게로 옮겨간 것 같다
범일동 산비탈 골목 끝에 있던 세탁소가 생각난다
겨울 저녁 세탁, 세탁
하얀 스팀을 뿜어내며
세탁물을 얻으러 다니던 사내
그의 집엔 주름 문이 있었고
아코디언처럼 문을 접었다 펴면
타향살이 적막한 노래가 가끔씩 흘러나왔다
치익 칙 고향역 찾아가는 증기기관차처럼
하얀 스팀을 뿜어내던 세탁소
세상의 모든 구불구불한 골목들을
온몸에 둘둘 감고 있다고 생각했던 집
세탁소 아낙이 아파트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이 접혔다 펴지며 아련한 소리를 낸다
손택수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세상 먼지 바람,
고단한 인생살이가 남긴 주름들일랑
말끔~하게 펴주는,
그런 세탁소가 있다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그리운 고향집에 지친 몸 뉘이면.. 그럴 수 있을까요?
명절 앞둔 저녁.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나의 가장 아름다운 세탁소, 고향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