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2 (금) 봄비
저녁스케치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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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햇볕 한 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 밑 마늘 광 위으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 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 온
저 잔설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 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이 스민다
이동순 시인의 <봄비>라는 글이었습니다.
오늘 내린 비는.. 겨울비일까요, 봄비일까요.
공식적으로는 아직 겨울비지만
아마도
우리 마음에 내린 비는 봄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겨우내 남은 잔설마저 깨워 보내고
꽁꽁 언 대지 저 아래 - 봄을 깨우는 단비.
속살대는 빗소리 듣는.. 다정한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