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사진 한 장에 담긴 아버지의 열정
저녁스케치
2016.02.16
조회 393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재밌는 풍경을 보게 됐습니다.
젊은 아빠가, 한 예닐곱 살 됐을까,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어찌나 열심히 카메라에 담던 지요.
가끔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하지만
놀기 바쁜 아이들이 듣기나 하나요,
그저 아빠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각도를 잡는데..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문득, 우리 어린 날의 풍경을 떠올려봅니다.
저 젊은 아빠처럼,
자연스럽게 찍으면 좋으련만...
우리 아버지들은
왜 그리 아이들을 차렷! 자세로 찍었던 걸까요.
그것도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
좀 뛰어놀려고 하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소리.
“여기 좋다. 자 자 ~ 여기 좀 서 보거라~”
그렇게 아이들을 주르르~
세워두고는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리던지..
뒤에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서도 안 되고.
누구 하나 찡그리지 말고, 딴 데 보지 말아야 하고,
가끔은 이런 저런 포즈까지 주문하고...
그러다 결국, 아이들 중에 몇은
잔뜩 불만인 얼굴 그대로,
영영 사진에 남고.. 우리 그랬네요.

노는 아이들을 자연스레 담는 요즘 아빠.
잘 노는 아이들을 굳이 불러 진지하게 찍던 예전 아버지.
사진 한 장에서도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데요
한편으론 그땐.. 사진이 귀했으니까..
필름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그러신 거지.. 싶어요.
무엇보다..
어릴 땐 보지 못하던 게.. 언제부턴가 보입니다.
사진에는 남아 있지 않은,
피사체 저 너머의 젊은 아버지의 모습.
가장 좋은 구도를 잡기 위해
가장 예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일어섰다, 앉았다, 뒤로 갔다, 앞으로 왔다,
때론 아버지 체면도 내려놓고 맨 바닥에 엎드리기까지 하던...
그 열정과 사랑.
그래요. 어색한 표정의 흑백 사진 한 장엔..
그땐 미처 몰랐던
젊었던 우리 아버지들의 애정과 사랑이.. 담겨 있었네요.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옛날 앨범들 한번.. 꺼내봐야겠어요.
한 장의 사진이 남긴 추억들..
그 안에 젊었던 아버지, 어머니,
어린 시절의 나와도 조우하며...
아마 사진,
그 이상의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