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7 (목) 사내 가슴
저녁스케치
2016.01.07
조회 582




아들아, 저 백만 평 예당저수지 얼음판 좀 봐라.
참 판판하지? 근데 말이다.
저 용갈이* 얼음장을 쩍 갈라서 뒤집어보면,
술지게미에 취한 황소가 삐뚤삐뚤 갈아엎은 비탈밭처럼
우둘투둘하니 곡절이 많다.
그게 사내 가슴이란 거다.
울뚝불뚝한 게 나쁜 게 아녀.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 틈새로 시원한 공기가 출렁대니까
숨 쉬기 수월하고 물결가락 좋고,
겨우내 얼마나 든든하겄냐?
아비가 부르르 성질부리는 거,
그게 다 엄미나 니들 숨 쉬라고 그러는 겨,
장작불도 불길 한번 솟구칠 때마다 몸이 터지지.
쩌렁쩌렁 소리 한번 질러봐라.
너도 백만평 사내 아니냐?



이정록 시인의
<사내 가슴>이란 글이었습니다.




그러게요.
누군들 그 가슴에,
곡절 많은 사연 하나 품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요.
얼음 쨍 갈라지듯,
크게 소리쳐 울고 싶은 순간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가끔은.. 크게 소리쳐 볼 일입니다.
아버지 말씀처럼..
불길도 한번 솟아야
그게 사는 맛이고,
쉬어갈 틈도 되고..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