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4 (목) 역을 놓치다
저녁스케치
2016.01.15
조회 381



실꾸리처럼 풀려버린 퇴근 길
오늘도 졸다가 역을 놓친 아빠는
목동역에서 얼마나 멀리 지나가며
헐거운 하루를 꾸벅꾸벅 박음질하고 있을까

된장찌개 두부가 한껏 부풀었다가
주저앉은 시간
텔레비전은 뉴스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핸드폰을 걸고 문자를 보내도
매듭 같은 지하철역 어느 난청지역을 통과하고 있는지
연락이 안 된다
하루의 긴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졸음이 한 올 한 올 비집고 들어가 실타래처럼 엉켰나
헝클어진 하루를 북에 감으며 하품을 한다

밤의 적막이 골목에서 귀를 세울 때
내 선잠 속으로
한 땀 한 땀 계단을 감고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
현관문 앞에서 뚝 끊긴다
“안 잤나
졸다가 김포공항까지 갔다 왔다“
늘어진 아빠의 목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힘이 없다



이해원님의 글이었습니다, <역을 놓치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혼곤한 머리 가누지 못하고 있을,
내 아버지, 내 남편,
청춘들의 모습이 생각나 애틋해지시죠.
그래도 잠 못 이루며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거겠지요.
그래요. 힘내자구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