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5 (금) 각인
저녁스케치
2016.01.15
조회 407



어미와 새끼 염소 세 마리가 장날 나왔습니다.
따로 따로 팔려갈 지도 모를 일이지요.
젖을 뗀 것 같은 어미는 말뚝에 묶여 있고
새까맣게 어린 새끼들은 아직 어미 반경 안에서만 놉니다.
2월, 상사화 잎싹만 한 뿔을 맞대며 톡, 탁,
골 때리며, 풀리그로
끊임없는 티격태격 입니다.
저러면 참, 나중, 나중에라도 서로 잘 알아볼 수 있겠네요.
지금, 세밀하고도 야무진 각인 중에 있습니다.



문인수 시인의 <각인>이란 글이었습니다.




언제, 어디로 헤어질지 모를 순간에도...
어린 것들은 뿔을 부딪치며 노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돌아보면.. 우리도 그랬지요.
부모님의 커다란 그늘 아래
세상 염려, 근심이라곤 한 톨도 모르던 시절.
저 어린 염소 새끼들처럼
형제들과 놀며, 투닥거리며 정 들었는데...
그렇게 세밀하고도 야무지게 각인된 형제애 덕분에,
그래도 우리,
거친 세상에서 이만큼 버티며 사는 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