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 (화) 그 겨울의 시
저녁스케치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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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 산의 새끼 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였습니다.
춥고 시린 밤,
어린 우리들의 잠을 다독이고
세상의 작고 여린 것들을 품어주시던
그 따뜻한 손길들, 착한 걱정들...
그 포근한 겨울의 시가 우리를 키운 자양분이었네요.
한 없이 포근하던 품이..
눈물 나게 그리운 겨울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