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2 (금) 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저녁스케치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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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배기 꼬마가 달려왔다
엉거주춤 엎드려 받아 안는 내 품으로
함박꽃 한 다발이 뛰어들었다
함박웃음은 혼자 달려온 게 아니었다
손에 들린 바람개비가 딸려왔다
종종걸음 꽁지에 천사어린이집이 딸려왔다
빈 도시락이 딸랑거리며 딸려왔다
함박꽃 피워낸 햇볕도 바람도 딸려왔다
세상 별의별 꽃향기들이,
온갖 꿈 푸른 날개들이 딸려왔다
태어나 첫울음 터뜨린 뒤
고개 들고, 뒤집고, 기고, 앉고, 걷고…
일순 쉼도 없이 켜켜이 쌓아올린 생명책이
17kg의 살과 뼈를 품고 딸려왔다
주름살로 접힐 뿐인 내 노역의 시간들 앞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달려왔다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다시 품고
한 아름 함박꽃 웃음으로 핫핫
내달려오는 것이었다
이영식님의 글이었습니다, <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아이들은 계산이 없지요.
좋으면 그저,
온 힘을 다해, 온 몸으로 달려와 안기곤 합니다.
그 따뜻함에, 그 생기에 물들어 덩달아 행복해지는 세상..
부르면 달려가고, 만나면 반갑고, 좋으면 꼬옥.. 안아주는,
그래요.
혹한을 나는 우리의 모습도.. 이랬으면 좋겠다.. 싶어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인용.
주인공 인디언 꼬마의 이름이 <작은 나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