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3 (토) 기다리는 봄
저녁스케치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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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삼켜버린 봄은
얼음장 밑에서 신음하고
찬바람이 할퀴어 버린 들판에는
죽은 갈대만 출렁인다.
구름 사이로 태양이 빛나지만
언 땅을 녹이지 못하고
도시 골목까지 점령한 추위에
맨발의 비둘기가 가엽다.
이렇게 추운 혹한에는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바람 부는 소리를 들으며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산수유 입술이 터지고
진달래 꽃잎이 수줍게 웃으며
개나리 길섶에 줄지어 일어서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아
삶이 고달파 지친 사람아
봄까치 노래가 봄을 부르고 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
박인걸 시인의 <기다리는 봄>
아직 새싹이 언 땅을 뚫고 나오지 않았고
매화는 이제 겨우 봉오리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때가 되면 꽃망울을 톡톡 터트리며 봄은 오겠지요.
그렇듯 우리 일상에도 다시 봄이 오길 기다려 봅니다.
나아질 거라고,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고
마음에 움트는 꽃봉오리에 희망을 속삭이며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