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9 (금) 엄니의 설날
저녁스케치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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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먼데 오지 마라
살기도 힘든데 명절이 다 뭐다냐
형도 일하느라 못 온다 허더라
아부지도 아프고 나도 몸이 션찮으니
이번 명절은 그냥 각자
집에서 쉬었으면 좋겄다
우두커니 앉아
연속극 두 편 보고 나니 초저녁 어둠이
집달리나 저승사자처럼
방 안 이것저것에 처벅처벅 걸어 들어오더란다
아부지는 밥 묵을라요 하니
안 묵을라네 하더란다
요 앞 점빵에 가
술이나 한 병 사 올랑께
어디 가지 말고
꼭 여기 있으시오이 하니
내가 갈 데가 어딨당가 하더란다
살면서는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었는데
근래 부쩍 꿈마다
니 아부지가 어딜 가버리고 없어
어린애처럼 펑펑 울다 잠이 깬다는
엄니의 쓸쓸한 설날
송경동 시인의 <엄니의 설날>
애타게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기만 한 자식도
속앓이로 잠 못 이루는 명절이지만,
마음은 늘 서로를 향한 해바라기.
그러니까 마음을 표현하기로 해요.
됐다고 하셔도 자꾸 연락드려요.
외로움이 서글픔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더 자주 말해요.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