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7 (토) 콩나물해장국
저녁스케치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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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채 행방불명된 할머니
아빠랑 발바닥에 불나도록
찾아 헤매다가
자정 넘어 때늦은 저녁 먹으러 들른 곳

할머니가 평생을 바쳤던
지금은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24시간 콩나물해장국집

뜨거운 김 훅 끼치는
뚝배기 가득
콩나물, 날달걀, 밥알 들이
보글보글 끓고
숟가락으로 휘휘 젓다가
한 숟갈 떠 넣고 꽉 다문
아빠의 입이 파르르 떨리는 순간
술주정뱅이들의 추태마저 삼킨
천지 사방의 고요

뚝!

콩나물해장국에
아빠의 눈물이 떨어진다

나는 입 속에 넣은 깍두기 와작 씹지도 못하고
숨을 죽인다

정연철 시인의 <콩나물해장국>


누군가의 일생이 영문도 모른 채 머릿속에서
하나씩 사라져가는 일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요.
모든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
우리만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요.
그래도 사랑해 주세요. 그냥 지금 모습 그대로.
기억은 흐려져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가슴에 새겨진 사랑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테니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