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토) 당당히 빈손을
저녁스케치
201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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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던 것을 되찾는 기쁨을 나는 안다.
이십년 전 삼십년 전에 걷던 길을
걷고 또 걷는 것도 그래서이리.
고목나무와 바위틈에 내가 버렸던 것 숨어 있으면
반갑다 주워서 차곡차곡 몸에 지니고
하지만 나는 저 세상 가서 그분 앞에 서면
당당히 빈손을 내보일 테야.
돌아오는 길에 그것들을 차창 밖으로 던져버렸으니까
찾았던 것들을 다시 버리는 기쁨은 더욱 크니까
신경림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당당히 빈손을>
빈손은 부끄러운 게 아니지요.
한 톨의 후회도 남기지 않겠노라는 의지.
마지막 욕심까지 덜어낸 손.
언제든 손 내밀어 도울 수 있는 온정.
빈손이란 그렇게,
삶을 치열하게,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해의 마지막..
아직도 덜어내지 못한, 내 손의 것들은 무엇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