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어서 오시게나, 오실 줄 알았네
저녁스케치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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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날 사람들도 거의 다 만난 거 같고.
크리스마스도 잘 지내고
한해 마무리도 문제없이 잘 되가는데.
어쩐지 목에 걸린 잔가시가 영 빠지지 않는 것처럼,
무언가 한구석 불편한 느낌.
여러분도, 있으신가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하나.
그러게요.
이제 나흘 후면, 우리 또, 한 살을 더 먹게 되네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두 개 먹은 사람 없고,
하나씩을 다 먹는데 이상하게 억울한“ 것.
나이란 게 정말 그렇지요?
“금방 세수한 것 같은 청신한 스무살”에는
절대 모를 나이의 억울함은,
서른 즈음에 스멀스멀, 얼굴을 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마흔이 되면 불안과 불편은 절정에 달하죠.
삶의 정상, 생의 전환이라는 마흔에 다다랐는데,
어쩐지 정상에서 본 세상은 생각보다 싱겁고
딱히 멋지게 이룬 것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내리막길에서
무섭게 가속도만 붙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쉰, 예순을 넘어가면.. 조금은 여유가 생깁니다.
뭐랄까요.
젊어서는 내가 세월을 쫓아갔고
중년에는 세월에 쫓겨서 왔다면
이제는 세월과 나란히 동행할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요.
여러분은 생의 어느 즈음에 다다르셨는지요?
어느 문턱에 서셨든,
이런 여유 한 자락, 품고 새해 여셨으면.. 하는 마음에,
문종수 시인의 짧은 시로 마무리하려고 해요.
“아주 낯선
처음 찾아온 손님같이
육순이 문지방을 넘어섭니다.
어쩐다...
허나 얼른 마음 고쳐먹고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어서 오시게나, 오실 줄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