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0 (수) 나뭇가지의 질문법
저녁스케치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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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찰 때
뾰족한 것으로 허공을 찔러대기보다는
조용히 이파리를 매달 것
그 이파리로 얼굴 붉히고
그 이파리로 어디론가 굴러가
다보록한 흙에게 썩는 법을 배울 것
그리하여 제 이파리 모두 떨구고
허공이 온통 맑은 날
공중에 오래된 바람소리 풀어놓고
눈물같이 여린 초승달 하나 낳아놓을 것
그리고는 안으로 안으로
의문의 강을 풀어내어
나이테의 두께를 늘려갈 것
그런 후에는
바람 밑에 숨겨두었던 뿌리에게 넌지시
물의 안부를 물어볼 것
박남희님의 글이었습니다, <나뭇가지의 질문법>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채,
안으로 나이테를 키우며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겨울나무들...
우리가 맞는 인생의 겨울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없어도
안으로 더 단단히,
더 깊이 채워지는 시간들이 되길..
그렇게 안으로 채워질 때, 찬란한 봄도 멀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