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5 (화) 화살
저녁스케치
2016.01.06
조회 428




우리 모드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고은 시인의 <화살>이란 시였습니다.




여든을 넘은 시인의 결기가,
청년의 그것처럼 뜨겁게 다가오는 글이지요.
그래요.
그 무엇이 됐든, 과거에 안주하는 순간
더 이상의 변화도, 꿈도, 생기도 없는 - 박제의 삶이 되고 맙니다.
미래의 사람이 되는 방법은, 오로지 화살로 날아가는 것 뿐.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힘차게 - 활시위를 당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