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 (금) 차를 마셔요 우리
저녁스케치
20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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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마셔요, 우리

찻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 마음에 끓어오르는
담백한 물빛 이야기를
큰 소리로 고백하지 않아도
익어서 더욱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차를마셔요

오래 기뻐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산을 닮은 어진 눈빛과
바다를 닮은 푸른 지혜로
치우침 없는 중용을 익히면서
언제나 은은한 미소를 지닐 수 있도록
함께 차를마셔요

오래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마셔요, 우리

뜻대로만 되지 않는 세상 일들
혼자서 만들어 내는 쓸쓸함
남이 만들어 준 근심과 상처들을
단숨에 잊을 순 없어도
노여움을 품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며 함께 차를 마셔요

차를 마시는 것은
사랑을 마시는 것
기쁨을 마시는 것
기다림을 마시는 것이라고
다시 이야기 하는 동안
우리가 서로의 눈빛에서 확인하는
고마운 행복이여

조용히 차를 마시는 동안
세월은 강으로 흐르고
조금씩 욕심을 버려서
더욱 맑아진 우리의 가슴 속에선
어느날 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들려올테지요?


이해인 수녀님의 시였습니다, <차를 마셔요 우리>



추웠던 하루,
고단한 하루의 피곤함,
그만큼 때 묻고 무거워진 마음까지도 -
따뜻한 차 한잔에 풀어놓고 싶은 저녁입니다.
방 안 가득 퍼지는 차향, 그 따뜻한 온기 -
차 한잔 사이에 놓고
눈 맑은 그대와 마주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