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추억은 기억보다 강하다
저녁스케치
2015.11.30
조회 756
살다보면요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 미소 지을 때도 있지만
두고두고 아픈 상처로 복기돼 괴로울 때도 있지요.
그래서 우린 종종, 지독한 이별 후에는,
그와 관련된 모든 기록들을 없애고 싶어 합니다.
받은 선물을 버리고,
주고받은 편지며 사진들을 불태우고...
그렇게 흔적을 지우며
함께 했던 기억,
그 존재마저도 다 지워버리고 싶어 하지요.
시대가 조금 변해서요
요즘엔 인터넷상으로 ‘기억 지우기’도 필수라고 하죠.
문제는.. 인터넷 세상은 너무나 방대해서
그 과정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이 즈음에서 문득, 이런 물음들이 떠오릅니다.
과연 과거의 기억들을 깨끗이 지울 수 있을까,
사진을 태우고 편지를 버린다 해서 아픈 기억도 잊힐까,
아니 -
좋은 기억만 남기고, 아픈 기억은 지우는 -
“추억을 선별하는 일”이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
이런 물음에 답하는 영화 한 편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재개봉을 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인데요
영화 속 현실은 조금 먼 미래 -
주인공 남자는 지독한 이별 끝에,
사랑의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사랑의 추억,
아니 그녀 자체를 모두 지우기로 하죠.
그렇게 남자는 하나, 하나
사랑의 기억들을 지워 가는데..
그런데... 이상하죠.
그토록 증오했던 옛사랑인데..
그토록 잊고 싶었던 상처이고, 아픔인데..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워갈수록
잊었던, 뜨겁게 사랑했던 순간들도
또렷이 떠오르니 말이죠.
그러고 보니 우리..
사진을 태운다고, 그 사람이 잊히던가요.
인터넷의 기록을 삭제한다고..
그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내 안에 축적된 그 시절의 내가, 사라지던가요.
추억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듯 합니다.
지우고 싶은 기억에도 행복이 깃들어 있는 거라고.
그렇게 아팠던 순간이 있기에
행복한 순간은 더 아름답게 빛이 나는 거라고...
그러니 그저..
생을 더욱 뜨겁게 안고 살아가라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