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 (수) 그대 잘 가라
저녁스케치
2015.12.02
조회 655



그대여 흘러 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 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 짓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도종환님의 글이었습니다, <그대 잘 가라>




언제든 달려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프면서도 간절하게 -
멀리서 안부를 비는 사람도 있으시죠.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이름 하나.
그대, 부디 여전히 아름답길, 여전히 행복하길.
차가운 겨울비 지난 저녁 -
멀리서 그대의 안부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