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4 (금) 나무가 그랬다
저녁스케치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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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치는 나무 아래서
찢어진 생가지를 어루만지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울먹이자
나무가 그랬다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간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며 지나간다고
좋은 때가 있고 나쁜 때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니라고
뼛속까지 새기며 지나가는 거라고
나무가 그랬다
오직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행운의 때건 불운의 때건 지금 이 순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비바람 치는 산길에서
나무가 그랬다
나무가 그랬다
박노해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나무가 그랬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오래 살았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보다는..
생의 길목마다 치열하게 싸워본 사람,
저마다의 나이에서 최선을 다해온 사람,
그러나 자신의 경험만이 최고라 생각하지 않고
오늘도 겸손히 배우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어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삶의 나무에도
나이테 하나, 단단히 새기고 싶은
한해의 끝자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