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가던
저녁스케치
2015.12.06
조회 547
날이 꽤 매워졌어요.
이렇게 추운 날, 특히 겨울밤이 되면
우리 어릴 적 살던 온돌방이 그리워집니다.
절절 끓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매콤~한 솔잎 향기 맡으며
아궁이에서 피워 올린 불길이
구들장 아래 고래를 지나 온돌을 뜨끈~하게 데우면,
그 훈훈한 불맛이 한나절은 족히 갔지요.
요즘 아무리 좋은 전기매트니 온수매트가 나와도
뭉근히 피어오르던 온돌방엔, 비교가 되지 않더라구요.
특히 지글지글.. 끓던 아랫목의 추억.. 많으시죠?
조향미 시인은
시골집 아랫목의 추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가는 기억은,
도시 아이들도 같았지요.
아랫목에 배를 깔고 엎드려 하루 종일 만화를 보고
손이 노래지도록 나무 궤짝에 든 귤을 까먹고
방학이면 느즈막~이 일어나 아랫목에 뭉개며,
티브이로 방영되던 만화를 보던 추억들..
가끔은 엄마가 아랫목 깊숙이 묻어둔
밥공기를 차 엎어서, 혼이 나기도 했는데 말이죠.
우리의 추억에 오롯이 담긴,
한국의 맛인 ‘온돌’, ‘구들’.
우리나라의 온돌은 무려 5천년 전,
신석기 유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지리산의 한 고찰은,
온돌의 열기가 무려 100일을 간다고도 합니다.
그토록 오래, 우리 삶을 훈훈히 덥여주던 온돌이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거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모든 게 금세 더워졌다,
금세 식어버리는 요즘이라 그럴까요.
온돌방에서 뭉근~하게 익어가던 어린 시절이,
조금은 느려도 오래된 정이 있던.. 그 시절이..
갈수록 더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