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목)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저녁스케치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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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으로 끝없이
파고들 것만 같던 너를 보내고
홀로 텅 빈 옛 절터에 왔다
날이 흐리고
바람 불어 더 춥고
더 황량하다
경기도의 끝
강원도의 어귀
충청도의 언저리를 적시고 흐르는
남한강 줄기따라
드문드문 자리 잡은 사지의 옛 기억은 창망하다

숨 쉴 때마다 네 숨결이
걸을 때마다 네 그림자가 드리운다

너를 보내고
폐사지 이끼 낀 돌계단에 주저앉아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닌 내가 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소리 내어 운다
떨쳐낼 수 없는 무엇을 애써 삼키며 흐느낀다

아무래도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늙은 느티나무 한 그루 홀로 지키는 빈 절터
당간지주에 바람도 머물지 못하고 떠돈다



곽효환님의 글이었습니다,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내게 너무 깊이 들어온 사람..
너무 깊이 들어와
내 삶의 일부가, 아니 곧 내가 되어버린 사람들.
한때는 찬란한 사랑이었으나
이젠 아린 상처로 남은 기억들이,
스산한 겨울바람 끝에 실려와
문득, 마음을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