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6 (금) 부빈다는 것
저녁스케치
20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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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나뭇잎에 몸을 부빈다
몸을 부빌 때마다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이 맺힌다
맺힌 물방울들은 후두둑 후둑 제 무게에 겨운 비 듣는 소리를 낸다
안개는, 자신이 지운 모든 것들에게 그렇게 스며들어
물방울을 맺히게 하고, 맺힌 물방울들은
이슬처럼, 나뭇잎들의 얼굴을 맑게 씻어준다
안개와
나뭇잎이 연주하는, 그 물방울들의 和音,
강아지가
제 어미의 털 속에 얼굴을 부비듯
무게가
무게에게 몸 포개는, 그 불가항력의
표면 장력,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힐 때마다,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는 안개,
그 안개의 粒子들
부빈다는 것
이렇게 무게가 무게에게 짐 지우지 않는 것
나무의 그늘이 나무에게 등 기대지 않듯이
그 그늘이 그림자들을 쉬게 하듯이
김신용님의 글이었습니다, <부빈다는 것>
우리 사이가 꼭, 이렇게,
“부빌 수 있는 만큼”의 사이, 무게였으면 좋겠습니다.
제 손과 손을 부벼 따뜻한 온기를 내듯이,
서로 다정히 볼을 부비듯이,
강아지가 제 어미 털에 얼굴을 부비듯이..
서로 짐이 되지 않되
따뜻한 온기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사이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