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화)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녁스케치
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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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단어는
항상 대문자로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에게
세상은 곳곳이 파인 잔디처럼 투박했다.
그들은 아마도 소문자의 남자들.
소문자 아버지는 어느 팀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왜소한 체격의 외야수 같다.
야간 경기 검은 하늘 한가운데 떠오른 하얀 야구공,
그 공을 좇는 날렵한 외야수처럼
아버지는 항상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열심히 달렸을 것이다.
달리고 싶었을 것이다.
달리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놓쳤을 것이다...



서효인 시인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에서 골라봤습니다.




한때는 누구나
투수나 4번 타자의 삶을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녹록치 않죠.
주목 받지 못하는 외야수,
그것도 마음과 달리
공은, 인생은, 자꾸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곤 하는데...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건” - 결코, 아닐 겁니다.
운동화끈 단단히 매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가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