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금)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저녁스케치
20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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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기별도 없이
이렇게 지루하게 비 내리는 날이면 문득
반가운 당신이 오셨으면 좋겠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거저
발길 닿는 대로 오다 보니
바로 여기였노라고 하시며
그런 당신이 비옷을 접고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나는
텃밭에 알맞게 자란 잔파를 쑥쑥 뽑아
매운 고추 너덧 개 송송 썰어
파전 한 장 바싹하게 굽고
시큼하게 잘 익은 열무김치로
냉면 한 사발 얼렁뚝딱 만들어
오늘만은 세상 시름 다 잊고
덤으로 마주 하는 단 둘만의 만찬
그런 눈물겨운 맛 한 번 보았으면
참 좋겠다.
도지민님의 글이었습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어느 시인의 말처럼,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묻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가을비 오시는 날,
문득 생각났다며 전해오는 안부들.
또 이렇게 둘러 앉아
파전 몇 장에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요.
이런 게 진짜 행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