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의 추억
저녁스케치
2015.11.22
조회 761

언제부터인가 찾는 이 없이
거리 한편에 쓸쓸하게 서 있는 공중전화 부스.
이 공중전화가
‘안심부스’로 변신을 한다는 소식도 들려오죠?
위급한 상황에서 여기로 들어가면 저절로 문이 잠기고,
사이렌이 울려서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참신한 아이디어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 켠이 휑..한 기분이었습니다.
“공중전화의 시대는 정말 가버렸구나”.... 싶어서요.


삐삐가 한창 유행일 땐,
공중전화들마다 긴 줄이 서 있던 풍경이 오래지 않은 거 같은데..
앞사람 통화가 길어지면 눈치를 주기도 하고
그래도 연인과 통화라도 할라치면 꿋꿋하게 통화를 계속하고..
누군가 남겨놓고 간 잔액이 남아 있으면
얼른 들어가 괜스레 전화를 걸기도 하던 기억.. 있으시죠?
이럴 때도 있었네요.
짝사랑하던 그애 집 앞, 공중전화 부스를 서성이던 밤들.
그애의 방 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전화를 걸고는
그녀가 받으면 얼른 끊어 버렸던, 그 늦은 밤의 간절함...


도종환 시인은 <끊긴 전화>라는 시에서,
이 애틋한 풍경을, 전화기 너머의 시선으로 묘사합니다.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으로 덜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접선되지 않는 전화벨 소리로
그녀에게 사랑이 전해지길 기다리던 -
아날로그적 사랑의 기억도.
동전이 떨어질까 맘 졸이며 고향집에 전화를 걸던 날들도,
긴 줄에 서서 투덜거리던 재미도,
이제 다.. 옛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점점 사라지는,
아니 이제 전혀 낯선 존재가 되어갈 공중전화가 있던 풍경이,
문득, 쓸쓸하게 느껴지는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