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 (목) 기억
저녁스케치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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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갈피에서 오래된
속초행 고속버스표 두 장이 툭 떨어졌다
흐릿하게 남아 있는 좌석번호
한동안 펼쳐보지 않았던 책이
참 오래도록 한 여자와 남자를 품고
입 다물고 있었다

의자에 나란히 앉아 몸 깊이 숨기고
빈틈없이 서로에게 스미고 싶었을 것인데
손가락 사이사이 가장 깊은 곳을 맞추고
단단히 빗장 걸어두고 싶었을 것인데
어깨에 기댄 머리를 베개 삼아
오래도록 깨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인데

속초 앞바다 파도소리에 갇혀
파삭 낡아 있는 두 개의 잎사귀
어디로도 나를 데려다주지 못하는


강호정 시인의 <기억>이란 글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펼쳐본 책갈피에 껴있는
오래 전 사진 한 장,
깊숙이 치워두곤 까맣게 잊었던
어릴적 보물 상자 같이..
불현듯, 추억들이 밀려들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그저.. 추억을 따라 흘러가 봅니다.
어쩐지 아직도 여전할 것 같은
그 곳, 그 사람들에게로.. 가닿을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