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셀프의 시간들
저녁스케치
2015.10.26
조회 574


요즘 단풍이 참 곱지요?
단풍 곱게 물든 길로 나들이 가신 분들도 많으셨을 텐데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전에 없던 풍경을 보게 됩니다.
바로, 스스로 사진을 찍는 ‘셀카봉’ 이죠.
긴 막대에 휴대폰을 매달고 찍는 모습이
처음엔 낯설고 어쩐지 우스꽝스럽게도 느껴졌는데..
요즘엔 뭐, 셀카봉은 나들이 필수품이 되었더라구요.


여기저기 셀카봉을 들고
홀로, 혹은 여럿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실래요?”
예전에 흔히 주고받던 정겨운 인사를,
우리,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더라구요.
정말.. 예전엔 그랬죠.
“사진 한 장 찍어주실래요?” 하면
흔쾌히 사진기를 건네받고.
“자.. 찍습니다, 가운데 분 ~ 조금만 더 웃으세요~”
너스레라도 떨면 다 같이
와아.. 한번 더 웃고... 그랬는데.
이젠 어느새, 이런 풍경조차 ‘추억’이 되어가고 있네요.


하기야.. 셀카 뿐이겠어요.
내비게이션과 지도앱이 속속 등장하면서
“저기요 ~ 길 좀 물을게요”하는 말도 사라지고
지하철에서 나란히 앉은 친구들끼리도
담소 대신, 각자 스마트폰을 보는 풍경도 낯설지 않은 걸요.
요즘은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도 늘고 있다고 하죠.
밥이나 술은 의례 함께 즐겨야 더 맛있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젠 정말, 진정한 ‘셀프의 시대’인 거 같습니다.


물도 셀프, 커피도 셀프,
사진이나 길 찾기, 노는 것도 셀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손과 손이 맞닿는 온기,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즐거움만큼은
잊지 말고 살았으면.. 합니다.
셀프가 아무리 편하고 좋아도
투게더(together)가 좀 번거롭긴 해도,
‘함께’ 어우러지는 풍성함, 따뜻함만큼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