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금) 악기
저녁스케치
2015.10.30
조회 479




언덕 위에서 누군가 트럼펫을 분다
그때 우리가 불었던 악기도 저런 소리를 냈었다
서툴지만 뜨거웠던 소리
열정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라고 믿었던 소리
미숙하지만 노래 한 곡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던 소리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소리
몸속으로 악기소리만을 서둘러 채우고는
민망하여 허겁지겁 악기를 챙겨 넣으며
지퍼를 올리던 날들
너무 이르거나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아
스쳐가고 만 사람들
저 악기소리 속에는
그런 순간 그런 얼굴이 들어 있다
이제 나의 악기소리는 매끄럽지만
열정의 뜨거운 숨소리는 없다
내가 뿜어내는 음표들은 세련된 활이 되어 날아가지만
그때 그 풋풋함은 없다
언덕 위에서 누군가 젊은 트럼펫을 분다



도종환님의 <악기>란 시였습니다.



“언덕 위에서
누군가 부르는 젊은 트럼펫 소리”..란 말이
우리 가슴을 아릿하게, 또 아련하게 하지요.
그러게요.
좀 서툴러도, 좀 미숙해도,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뜨거운 숨소리 가득했던..
그 시절이,
그 아름다운 미숙함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