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소리에도 온도가 있다면
저녁스케치
2015.11.01
조회 732
날이 추워지니까 요즘, 일어나기가 점점 힘드시죠.
새벽녘에 막 선잠에서 깼을 때..
이불 속이 얼마나 포근하고 달콤한지요.
결국 그 달콤함을 이기지 못하고
오분만 더, 오분만 더.. 를 읊조리다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신 경험.. 다들 있으실 거예요.
특히 이럴 때 울리는 알람 소리는,
참 야박하게 느껴집니다. ^^
시계야 제 임무를 다하는 거지만
차가운 금속성의 소리는 영 적응이 되질 않지요.
근데... 이런 소리는.. 어떨까요?
아마도 소리에 온도가 있다면..
세상 가장 따뜻한 소리가 아닐까.. 싶은 소리.
어릴 적 몽롱한 상태로
이불 속에서 꼼지락 꼼지락 ~하고 있으면
그 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희미한 부엌 불빛 너머로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
경쾌한 나무 도마 소리,
고소한 냄새로 코를 간질이며 밥뜸이 들어가는 소리.
어쩔 땐 흥얼흥얼.. 콧노래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구요.
바로 세상 가장 따뜻한, “엄마표 알람 소리”였지요.
아침을 깨워주는 엄마표 알람에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가족의 하루를 준비하는 엄마의 수고.
손맛 듬뿍 든 정성어린 한 끼가 들어 있었지요.
그래서일까요.
엄마표 알람 소리는, 싫지 않았어요.
가끔, 뒤이어 “얼른 일어나지 못해?!” 지청구를 듣기도 했지만
그마저 정이 듬뿍 들어 있는, 따뜻한 소리였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를 키워준,
우리를 둘러싼 따뜻한 소리들.. 참 많지요?
아이들 어릴 적, 퇴근하고 들어서면
아빠~ 하며 안겨오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
늦은 밤 문득 잠을 깨면, 머리맡에서
두런두런.. 우리들 얘길 나누시던 부모님의 낮은 목소리.
늦은 저녁 골목길에 울려 퍼지던
“누구야 밥 먹어라~”, 부르던 소리.
그리고 이름만 불러도 마음 따뜻해지던..
첫사랑 그애의 숨결 같은..
우리를 키워준 그 따뜻한 소리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
나도 세상의 따뜻한,
한 작은 소리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