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길에서 만나는 길
저녁스케치
2015.10.04
조회 719

걷기 좋은 계절이 되어서일까요,
요즘 걷는 분들, 참 많으시더라구요.
가깝게는 근처 공원부터 시작해서
멀게는 저 멀리 “놀멍쉬멍” 걷기 좋다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를 휘감고 도는 둘레길,
치유의 숲이라 불리는 축령산 편백나무길까지 -
저마다 길들이 손짓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많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가 된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순례길’에도
해마다 20만명의 사람들이 모이는데요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한국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떠나게 하고
그 길의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걷게 만드는 걸까요.
조금씩 이유들은 다르겠지만
길을 떠난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치유는 길에서 나온다,
또한 생각도 길에서 나온다”..고 말이죠.
반복적인 리듬으로 걷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시죠.
마치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이를 재울 때,
품에 안고 반복적으로 흔들어주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편안해진 순간,
마침내 우리 몸에서도 여러 갈래의 길들이 열립니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내 안에 고여 있던 아픔과 원망, 후회들은 흘러나가고,
새로운 생각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죠.
바로, 철학자 루소가
“나는 걸으면서 명상에 잠길 수 있다.
나의 마음은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하는 순간처럼요.

우리가 아는 위대한 사상가들 중에도
“걷기 예찬론자”들이 꽤 많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아침마다 연구소 근처 길을 맨발로 산책했는데요
상대성 이론도, 길을 걷다가 생각해냈다고 하죠.
유배지의 오솔길을 걸으며 목민심서를 써낸 다산 정약용,
“심오한 영감, 그 모든 것을 길 위에서 떠올렸다”는 니체까지,
걷기의 위대함을 노래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아요.
대신, 매일, 꾸준히 걸어보는 겁니다.
분명 길들이,
여러분의 두 다리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이 - 열릴 거예요.
그렇게
길에서 또 다른 많은 길들을 만나실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