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6 (화) 다시 물들다
저녁스케치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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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갯보를 빨 때마다 조금씩 물이 빠진다
고운 꿈 수놓아 준 엄마의 붉은 십자수,
슬며시 버리려다가 또 다시 헹궈낸다
저 색실 다 바래지면 둥근 달이 떠오를까
불면이 깊을수록 축축한 머리맡에
새들도 떠나간 자리, 보풀 이는 꽃무늬들
찰방찰방 물빛 사이 녹아있는 슬픔보다
낡아서 더 귀해진 목소리를 듣는다
가만히 온 몸을 열고 나를 다시 물들이며 ...
정경화님의 글이었습니다, <다시 물들다>
그 옛날 혼수 품목에는,
원앙 한 쌍이 수놓아져있는 베개가 빠지지 않았지요.
곱게 키운 딸, 귀염 받고 살라고.
다정한 원앙처럼 오래오래 해로하라고.
친정어머니의 소망이 오롯이 담긴 베갯잇.
낡은 베갯보에 가만히 귀를 갖다대봅니다.
그렇게.. 따뜻한 엄마의 사랑,
속살이는 신혼의 단꿈이 흐릿해진 추억을
다시.. 물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