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수) 아내의 빨래 공식
저녁스케치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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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빨래공식은 늘 일정하다
물높이 중간에 놓고
세탁 십 분 헹굼 세번
탈수 삼 분 후에 다시 헹굼 한번
그러나 간혹 공식이 파기될 때가 있다
남편 잘 둔 친구를 만났다든가
나의 시선이 그녀를 빗나갔다 싶은 날이면
아내의 빨래 법칙엔 밟아 빨기가 하나 추가된다
그런 날이면 나는 거실에 앉아
아내가 세탁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잔소리가 어디서부터 터질 것인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가
거실을 정리하거나 하지도 않던 걸레질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하고 온 날에도
아내가 빨래하는 시간만 되면 늘 긴장한다
예정된 공식대로 세탁기가 돌아가면
그제서 오늘의 스포츠 뉴스를 본다
이기헌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아내의 빨래 공식>
이 부부.. 아무래도 신혼은 아닌 거 같지요? ^^
사람 사는 게.. 비슷한 거 같습니다.
빨래로 아내의 심기를 살피듯,
일상의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고 봐주는 것.
그리고
어쩔 땐 알면서도 슬쩍 져주고,
또 그런 마음을 알기에 나도 금세 수그러드는..
그래요.
그런 게 바로 사는 재미고, 살아가는 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