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목) 대전역 가락국수
저녁스케치
201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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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역에서 고속전철을 타고 내려와
새로 지은 깨끗한 역사 위에서 철로를 내려다보면서
가락국수를 먹고 있다
열여섯 살 때 처음 청양에서 버스를 타고
칠갑산 대치와 공주 한티고개를 투덜투덜 넘어와
부산행 완행열차를 기다리던 승강장에서
김이 풀풀 나는 가락국수를 먹던 생각이 난다
벌써 사십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선로도 많아지고
건물도 높아지고
오고가는 사람도 많아졌다
국수 그릇도 양은에서 합성수지로 바뀌었다
내가 처음으로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러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냄새와
노란 단무지 색깔과
빨간 고춧가루와 얼큰한 맛은 똑같다
첫사랑처럼 가락국수도 늙지 않았다
이런 옛날이 대전역이 좋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국수발을 닮아서 좋다
공광규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 대전역 가락국수 >
잠깐 기차가 멈춘 사이,
양은그릇에 담긴 가락국수를 후후 불며 먹던 추억..
여러분에게도 있으시지요.
세월이 흘러도 추억은 늙지 않습니다.
늙지 않는 풋풋한 추억을 따라
이 가을엔 훌쩍, 떠나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