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금) 백지의 말
저녁스케치
2015.10.10
조회 513




나의 몸은 언제나 하얗게 비워두겠습니다
네모는 날카로워도 속은 늘 부드럽겠습니다
설령 글씨를 썼다 해도 여백은 늘 갖고 있겠습니다
진한 물감이 있어도 내 몸을 칠하지 않겠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어도 늘 멀리 떨어져 있겠습니다
칼날이 다가오면 물처럼 연해지겠습니다
그러나 불빛에는 되도록 반짝이겠습니다
노래가 다가오면 치렁치렁 몸으로 받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들어올 문을 열어두겠습니다
당신이 들어오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향기가 되겠습니다
그땐 당신이 내 몸에 단 한 폭 그림을 그리십시오
그러기 위해 한 필 붓을 마련해 두겠습니다



이기철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백지의 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많은 말을 하기보다,
많은 걸 표현하기보다, 한 장의 백지가 되고 싶어집니다.
세상에 단 하나,
오롯이 그대만을 담은,
그대를 닮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백지의 마음.
그게 바로... 사랑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