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 (수) 푸른 곰팡이
저녁스케치
20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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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 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이문재 시인의 <푸른 곰팡이>라는 시였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않으면서
거리에서 빨간 우체통을 보기도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입니다.
편지를 쓰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기다림 속에 그리움과 설렘이 커가는,
발효의 시간을 잊는다는 뜻이겠지요.
부디 그 애틋한 발효의 시간들을 잊지 말라고...
뽀얗게 먼지 쓴 빨간 우체통이, 말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