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9월, 다시 시작
저녁스케치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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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들이 글을 쓸 때
가장 고민하는 건, 바로 ‘첫 문장’이라고 하죠.
“문장을 읽고 그 다음이 궁금하지 않으면 죽은 글이다“는
작가 윌리엄 진서의 말처럼,
첫 문장은 작가나 독자에게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럴수록 첫 문장은 작가들에게
종종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오죽하면 <첫 문장 못 쓰는 남자>라는
소설까지 등장하기도 하죠.
<첫 문장 못 쓰는 남자>의 주인공인 소설가 굴드는
첫문장의 막중함과 고통을 이렇게 호소합니다.
“첫 문장, 그것이 문제였다.
첫 문장을 잘못 시작했다가는
책 전제가 망가져버릴 게 틀림없었다.
첫 문장은 든든한 바위여야 했고, 견고한 화강암이어야 했다.
첫문장은 악수를 내미는 손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첫문장들은 과연, 얼마나 매혹적일까..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첫문장’으로 꼽히는 몇몇을 살펴보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찰스 디킨즈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죠.
“그것은 최고의 시기였고 최악의 시기였다,
지혜의 시대이자 바보들의 시대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그런가하면 소설 <변신>에서 프란츠 카프카는,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깨어나면서,
자신이 괴물 같은 벌레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라는 문장으로,
처음부터 독자들을 충격에 밀어넣기도 하지요.
분명, 첫문장은 중요하고, 또 매혹적이지만,
우리 삶에서만큼은
첫문장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걸,
이것저것 재기만 하다,
혹은 너무 심사숙고하다
미처 시작도 하지 못한 일, 놓쳐버린 기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소설과 달리 인생이 고마운 건,
언제 어디서나,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가 다시,
‘첫 문장’이 될 수 있다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 지금, 시작해 보세요
9월,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