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목) 아버지의 등
저녁스케치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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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눕힌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삼십 년이나 지난 어느 날
아버지처럼 휘적휘적 귀가한 나 또한
다 큰 자식들에게
내 서러운 등짝을 들키고 말았다
슬며시 홑청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딸년 땜에 일부러 코를 고는데
바로 그 손길로 내가 아버지를 묻고
나 또한 그렇게 묻힐 것이니
정철훈님의 <아버지의 등>이란 글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시린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그래서 내색하지 않고,
슬쩍.. 이불을 덮어주는 손길 같은 -
철이 든다는 건
이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사랑의 끝은 ‘연민’이라고 하던가요.
가을 햇살이 눈부실수록,
누군가의 검은 뒷모습,
그 짙은 그림자도 헤아려 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