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오래 보기
저녁스케치
2015.09.13
조회 605
해가 많이 짧아졌어요.
이 시간 즈음에 저녁을 거닐면,
어느새 어둠이 짙게 드리우고 달이 떠오르지요.
그런데 혹시 여러분은,
밤동안 달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시나요? ^^
세계적인 동화작가인 안 에르보는, 이렇게 말하네요.
“달은요, 낮에는 잠을 자고 어두워지면 일어납니다.
먼저.. 일어나자마자 하늘에 별을 그리구요
하루 동안의 시끄러운 소음도 치우지요.
그리고 꿈의 씨앗을 뿌린 후
나쁜 꿈이 나오지 못하게 창고에 가두고
아이들이 심어놓은 꿈에 물을 주고는
아침이 오면 다시 잠자리에 든답니다.“
안 에르보. 아마도 그녀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혹은 아이를 재우며,
밤하늘에 뜬 달을 오래도록 바라본 사람일 겁니다.
애정 어린 눈으로 오래 보면
그 무엇이든 궁금해지고,
그러다 보면 생각들도 풍성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래 천천히 본다>는 건,
<다르게 본다>는 것과 통하는 거 같아요.
오래 천천히 볼 줄 알 게 될 때,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생각의 틈,
여유도 생기니 말입니다.
안 에르보가
커피포트를 좋아하는 이유도 참 재밌습니다.
“커피포트에는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요.
커피포트에 다리를 그려놓으면 착한 사람처럼 보인답니다.
뚜껑을 움직이면 꼭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죠.
커피포트 여러 개를 선반에 올려두고 보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구요.
오래 사용한 커피포트 안쪽에
나이테처럼 커피 자국이 남아 있어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어요.
커피가 끓을 때도 예쁜 소리가 나구요.“
커피포트 하나에서도
이토록 다양한 이미지와 의미를 끌어낼 수 있는 힘.
이 역시 오래 보고,
다르게 보는 시선.. 덕분이겠지요.
걷기 좋은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에는요, 조금 더 천천히 걷기로 해요.
그렇게 오래 머물며, 오래 바라봐 보세요.
아마 더 많은 풍경들이,
더 많은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