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4 (월) 장독대에서
저녁스케치
2015.09.16
조회 338



움직이지 않고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우리집 항아리들

우리와 함께
바다를 내다보고
종소리를 들으며
삶의 시를 쓰는 항아리들

간장을 뜨면서
침묵의 세월이 키워준
겸손을 배우고

고추장을 뜨면서
맵게 깨어 있는 지혜와
기쁨을 배우고

된장을 뜨면서
냄새나는 기다림 속에
잘 익은 평화를 배우네

마음이 무겁고
삶이 아프거든
우리집 장독대로
오실래요


이해인 수녀님의 <장독대에서>란 글이었습니다.



많은 말을 한다고
지혜로운 사람은 아닐 겁니다.
많이 안다고 해서, 많은 곳을 다닌다고 해서
그게 다,
새로운 안목이 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란
오히려,
장독대에서 묵묵히 익어가는 장들처럼,
꾸준히 내면을 키워가는 사람,
세월과 함께 맛도, 향도 깊어지는 사람.. 아닐까요.
장독대에서 다시 한번, 인생을 배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