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화) 젖은 편지
저녁스케치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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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울음 가득한
도심천변을 따라 걷는 중입니다
어떤 기다림이 저 작고 여린 공명통을 흔들었을까요
날은 저물고, 느티나무 그늘이 주머니 속에 가득합니다
가로등이 살며시 눈을 뜨는 시간,
낯익은 거리도 속속 도착하는 중이지요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기다려본 사람은 압니다
기다림은 가슴 뒤쪽에 울음 몇 소절 숨기고 있다는것을,
나무 이파리 하나도 저마다의 간곡한 사연 한 장씩
간직 하고 있는 것을,
달빛에 젖은 골목길이 보입니다
저 모퉁 이를 돌아서면 촉촉한 풀벌레 울음소리가
은근슬쩍 수작 을 부릴 것 같아 느릿느릿 걷는 중입니다
사방에서 모여 든 날벌레들이 가로등 불빛으로 모여드네요
내 낡은 청춘도 불빛 아래 아득하게 쏟아지는
당신을 기다리는 중이지 요
아마 당신은 나의 환한 불빛을 읽고 날아와 주겠지요
주머니 속의 느티나무 잎사귀들 아직 서걱거리네요
길고 긴 푸념 바람결에 묻으며
그대 다녀간 기별인 듯
나는 아 직도 이 편지를 끝내 다 쓰지 못합니다
모든 것이 극진한 밤입니다



양형근님의 <젖은 편지>란 글이었습니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날에는
풀벌레 소리 하나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지요.
스산한 바람이 가슴을 휘돌아,
저 깊은 곳, 그리움을 깨우는.. 가을입니다.
받는 이 없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 한 장 쓰고 싶은..
극진한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