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 (화) 커피를 내리며
저녁스케치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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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는 일처럼
사는 일도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둥글지 못해 모난 귀퉁이로
다른 이의 가슴을 찌르고도
아직 상처를 처매주지 못했거나
우물 안의 잣대 품어
하늘의 높이를 재려한 얄팍한 깊이로
서로에게 우를 범한 일들
새벽 산책길
이제 막 눈을 뜬 들풀을
무심히 밟아댄 사소함까지도
질 좋은 여과지에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일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것처럼
마음과 마음의 온도 차이로 성애를 만들고
닦아내지 않으면
등을 보여야 하는 슬픈 배경
가끔은 아주 가끔은
가슴 밖 경계선을 넘어와서
눈물 나게 하는 기억들
이 세상 어디선가
내게 등을 보이고 살아가는 사연들이 있다면
걸러내어 좋은 향기로 마주하고 싶다
커피 여과지 위에서
잊고 산 시간들이 따뜻하게 걸러지고 있다
허영숙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커피를 내리며>
커피를 내리는 시간.. 참 좋지요.
방 안 가득, 마음 가득,
깊고 그윽한 향기로 가득해지는 시간..
커피를 내리듯
그래요.
툭툭 가슴을 치는 후회들,
남의 마음 아프게 한 말들,
용서하지 못한 마음까지 -
향기롭게 걸러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마음의 찌꺼기는 다 걸러내고
그윽한 삶의 향기만 남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