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 (화) 진동
저녁스케치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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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몸 구석구석에 진동을 느낀다

​머리에 진동이 오는 것은 나이가 보내는 것
기억력이 쇠퇴하면서
추억마저 도둑맞으려고 할 때 보내는 경고

어깨에 진동이 오는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내는 것
어머니를 남겨두고 가신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식들 잘 건사하라는 신호

허리에 진동이 오는 것은 세월이 보내는 것
속 빈 뼈들과 달하진 척추 연골에 대해
세월이 보내는 경고

무릎에 진동이 오는 것은 산이 보내는 것
내가 가는 산길마다 지켜본 산자락이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이 다해감을 알리는 경고

가슴에 진동이 오는 것은
그것은
그대 가슴이 보내는 것이리
숱한 세월을 그리움으로 채우고 살다가
이젠 가슴마저 비어감을 경계하는 신호

​아, 이젠 무엇으로도 원상복구가 안 되는 진동의 의미



김필규 시인의 <진동>이란 글이었어요.



머리, 어깨, 허리, 가슴...
몸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진동들 느끼시나요?
세월이 보내는 지혜이자 경고인 진동들.
무엇보다
가슴이 보내는 진동만큼은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추억과 그리움마저 사라진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너무, 삭막한 걸요.